[공동성명] 중앙대로 녹도 재정비, 20년 전 실패를 되풀이하는‘녹지의 주차장화’를 즉각 중단하라! -안산시민사회연대-

성 명 서
중앙대로 녹도 재정비, 20년 전 실패를 되풀이하는
‘녹지의 주차장화’를 즉각 중단하라!
안산시는 중앙대로 녹도 재정비 사업을 통해 도심의 핵심 녹지축을 대규모로 훼손하고, 그 자리를 주차장, 버스킹 쉼터·이벤트 광장 등으로 전환하려 하고 있다. 이번 시민의 휴식과 도시 생태를 지켜야 할 공공 녹지를 일부 상업적 요구에 따라 개발 공간으로 바꾸는 심각한 정책 실패이며, 우리는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
중앙대로 녹도는 단순한 ‘유휴부지’가 아니다. 도심 열섬을 완화하고 미세먼지를 줄이며,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숨 쉬고 걷는 도시의 생명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2차 추경안에 포함된 공사비 증액 내역을 보면, 이벤트 광장 조성, 휴게공간 확충, 프로그램 주차장 설치 등 대부분이 상인회 요청을 반영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공공의 녹지를 특정 상권의 매출 회복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것이며, 안산시가 시민 전체가 아닌 일부 이해관계자의 편에 섰다는 증거이다.
또한 중앙대로는 안산시에서도 차량 통행량과 도로 폭이 가장 큰 축 중 하나로, 여름철 열섬현상과 소음, 대기오염이 집중되는 공간이다. 이 도로 한가운데 형성된 녹도 녹지는 단순한 경관 요소가 아니라, 자동차 중심 도시 구조 속에서 시민을 보호해 온 환경적 완충지대였다. 이러한 녹지를 제거하는 것은 단순한 공간 변경이 아니라, 도시 환경 안전망을 해체하는 결정이다.
20년 전의 경과가 다시 반복되고 있다.
이번 중앙대로 녹도 재정비 사업은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2006년, 안산시는 미라마호텔에서 롯데프라자 구간의 중앙로 가로녹지를 주차장과 진입도로로 바꾸려다 시민사회의 강한 저항에 부딪힌 바 있다. 당시에도 일부 상인의 민원을 이유로 공공의 녹지를 훼손하려 했고, 시민단체들은 이것이 안산 전역의 가로녹지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당시 성명서는 “중앙로 가로녹지는 일부 상가의 소유가 아니라 안산시민 전체의 공공공간”이며, “한 번 망가진 녹지는 다시 회복하는 데 몇 배의 비용과 노력이 든다.”고 분명히 밝혔다. 또한 중앙로에서 녹지가 주차장으로 바뀌면 형평성 논리에 따라 다른 지역에서도 같은 요구가 반복되어 안산 전체의 녹지가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리고 지금, 20년이 채 지나지 않아 같은 논리와 같은 방식으로 중앙대로 녹도가 다시 개발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다. 이름만 ‘재정비’로 바뀌었을 뿐, 녹지를 상업과 주차, 이벤트 공간으로 바꾸려는 구조는 그때와 다르지 않다. 안산시는 과거 시민들의 경고를 무시한 채,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
1. 중앙대로 녹도의 녹지 파괴를 강력히 규탄한다.
안산시는 가시권, 접근성, 겨울 경관, 보행 안전을 이유로 녹지를 제거하지만, 이는 관리와 시설 개선으로 충분히 해결 가능한 문제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 수목 509주 중 355주를 ‘폐기’하고, 단 154주만 이식·활용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도시의 탄소 흡수원과 열섬 완충지대를 스스로 제거하는 정책이 어떻게 구도심 활성화일 수 있는가. 가로수와 녹지띠는 중앙대로와 같은 대형 교통축에서 시민을 폭염·미세먼지·소음으로부터 보호하는 최후의 방어선이다. 이를 포장과 구조물로 대체하는 것은 도시 회복력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행위다.
2. 훼손되는 녹지에 대한 대체녹지 숲 조성계획과 환경영향평가를 즉각 제시하고, 시민에게 공개하라.
안산시는 이 사업을 추진하면서도, 훼손되는 녹지에 대한 대체녹지 계획조차 제시하지 않고 있다. 수목 일부 이식이나 화단 조성으로는 중앙대로 녹도의 생태 기능을 대체할 수 없음에도, 훼손 면적에 상응하는 공원 부지 확보나 대체녹지 숲 조성에 대한 면적·위치·예산·관리 계획은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 이는 녹지 훼손을 전제로 한 사업이 져야 할 최소한의 책임조차 방기한 행정이다.
3. 이벤트광장은 시민 전체의 공간이어야 한다.
이번 사업에서 추가된 예산 대부분이 이벤트광장, 프로그램 주차장, 쉼터 공간 조성에 쓰이고 있으며, 이는 상인회 요구에 따른 변경이라는 사실이 공식 문서에 드러나 있다. 이는 공공 공간이 특정 상권의 영업 지원 수단으로 전락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2006년에도 시민사회는 분명히 말했다. “중앙로 가로녹지는 일부 상가의 소유가 아니라 안산시민 전체의 보행공간이자 공공공간이다.”
중앙대로 녹도는 이벤트를 위한 ‘무대’가 아니라, 기후·보행·녹지·문화가 결합된 시민의 일상 공간이어야 한다. 이벤트와 문화 활동이 도시를 풍요롭게 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특정 상권의 영업을 전제로 할 때 공공성은 훼손된다. 이 공간은 시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일상적 공공 공간으로 재설계되어야 한다.
우리의 요구
1. 중앙대로 녹도 재정비 사업의 녹지 훼손 및 주차장·포장 확대 계획을 즉각 중단하라.
2. 훼손되는 녹지에 대한 대체녹지 숲 조성 및 환경영향 평가를 즉각 실시하라.
3. 상권 활성화 정책을 차량 중심이 아닌 보행·대중교통·녹지 중심으로 전환하라.
4. 시민·상인·전문가·시민사회가 함께하는 ‘녹지·상권 공론화 테이블’을 구성하라.
지금 이 사업을 중단하지 않는다면 중앙대로 녹도는 되돌릴 수 없는 개발의 길로 들어서게 될 것이다. 한 번 사라진 녹지는 다시 회복하기 어렵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의 삶으로 돌아온다. 안산시는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공공성과 환경 책임을 중심에 둔 결정을 내려야 한다.
도시의 나무는 비용이 아니라 기후 인프라이다.
안산시는 20년 전 시민의 경고를 다시 무시할 것인지, 아니면 지금이라도 지속가능한 도시로 전환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2025.12.29
안산시민사회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