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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성차별철폐공동행동 논평] 채용 성차별, '범죄'는 인정되었으나 '책임'은 증발했다

2026안산여노 2026. 2. 23. 14:43

 

[채용성차별철폐공동행동 논평]

채용성차별, '범죄'는 인정되었으나 '책임'은 증발했다
-하나금융은 '사법리스크' 해소를 자축하기 전에 채용성차별 범죄에 대해 석고대죄하라

지난 1월 29일, 대법원은 신입 사원 채용 과정에서 점수 조작 성차별을 자행한 혐의로 기소된 하나금융그룹 함영주 회장에 대해 유죄를 선고하였다. 하지만 채용 비리에 대해서는 파기환송하여 함영주 회장은 무죄판결을 받았고, 회장직을 이어나가게 되었다. 판결 이후 언론에서는 함영주 회장이 ‘사법리스크’를 덜어내고 경영 행보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보도했다. 채용성차별이 유죄가 인정되었음에도, 확정된 형이 벌금형에 불과하므로 가능한 일이다.

하나은행은 지난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신입 사원 채용 과정에서 여남 합격 비율을 조작하고, 여성 지원자의 서류 전형 합격선을 차등 운영하는 방식으로 여성 지원자들을 고의로 탈락시켰다. 그 결과 무려 619명의 여성 지원자가 꿈을 빼앗기고 기회를 박탈당해야 했다. 이는 명백한 채용성차별이자 ‘범죄’이며, 이번 대법원 판결은 이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그 대가가 고작 300만원의 벌금에 불과한 현실은 심각한 문제다. 금융권 대기업에 기별조차 가지 않을 솜방망이 처벌. 저지른 범죄에 비해 치러야 할 대가는 이렇듯 미미한데, 도대체 어느 기업이 채용성차별이라는 ‘관행’을 끊어내려 노력하겠는가. 이러한 처벌 수위는 기업에 성평등한 문화를 정착시키고 채용성차별을 개선하기 어려운 환경에 놓이게 만든다.

하나금융그룹은 채용성차별로 인해 유죄를 받았음에도 채용비리에 대해 무죄판결을 받은 것에 대해 “공명정대한 판결에 존경과 감사를 표한다.",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바탕으로 생산적금융과 포용금융 확대, 디지털 혁신을 통해 국가 미래 성장과 민생 안정에 기여하겠다."는 발언을 하였다. 채용성차별 범죄를 저지르고도 실형이 아닌 고작 300만원의 벌금형을 받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발언이었다. 실형이 아닌 벌금형으로는 경영 권한을 박탈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채용성차별 범죄를 저지른 거대 기업의 책임자가, 유죄 판결을 받고도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 다시 경영을 이어나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언론들은 경영진의 이번 판결을 두고 ‘사법리스크’가 해소되었다 보도하였다. 경영자이자 채용성차별의 책임자는 유죄 판결을 받고도 사법부에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이 모든 과정 에서, 성별을 이유로 채용 과정에서 배제된 수많은 여성들의 존재는 지워졌다. 하나금융그룹은 ‘사법리스크’를 해소했다고 자축할 것이 아니라, 법적 처벌의 수위와 상관없이 자신들이 자행한 범죄에 대해 피해자들과 사회 앞에 석고대죄해야 한다.

한국사회의 채용성차별이 근절되기 위해 채용성차별철폐공동행동은 다음과 같이 촉구한다.

● 정부와 국회는 채용성차별 기업에 대한 처벌 수위를 대폭 상향하고, 채용과정에서 단계별 성별 비율 공개를 의무화하는 법적 기반을 마련하라.
● 사법부는 채용성차별 범죄에 있어 기업의 책임을 엄중히 물어 기업들이 채용성차별을 근절할 수 있도록 하라.
● 하나금융그룹은 채용성차별 범죄에 대한 구체적인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고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라.

2026년 1월 30일
채용성차별철폐공동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