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모든 여성노동자에게 안전한 일터를!

[세계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 기념 기자회견]
노동안전 성별격차 철폐!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적용!
모든 여성노동자에게 안전한 일터를!
세계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을 맞아 우리는 더 이상 여성노동자가 죽지않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일터를 요구한다. 우리는 살기 위해 일하러 간 곳에서 다치고 병들고 심지어 죽는다. 이러한 일터에서의 죽음은 우리사회가 얼마나 자본과 이윤 중심으로 구조화돼 있는지, 그 과정에서 노동자의 목숨은 얼마나 존중받지 못하는지 극명하게 보여준다.
한국사회 여성노동자는 저임금, 불안정 노동 등 열악한 일자리에 집중돼 있으며 이러한 노동시장에서의 불평등은 노동안전에 있어서도 소외와 격차를 낳고 있다. 또한 성별에 따라 일하는 업종이 강력하게 분리되어 남성노동자가 많은 산업, 중대재해 중심으로 산업안전 기준과 대책이 만들어져 온 우리사회에서 여성노동의 위험은 소홀히 다뤄져 왔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웹툰, 웹소설작가는 고강도 노동과 정신적 폭력으로 질병에 시달리고 있지만, 프리랜서라는 이유로 사회적 안전망 밖에 놓여 있다. 작가 개인의 선택이 아닌 산재보험 당연가입 제도를 전면 도입하여 누구나 보호받는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캐디노동자는 타구 사고, 폭염, 성희롱 등 생명을 위협받는 열악한 노동환경이지만 특수고용직이라는 이유로 법적 보호에서 소외돼 있다. 최소한 안전에 대해서는 고용형태와 상관없이 모든 노동자가 보호받을 수 있어야 한다.
대학 청소노동자 또한 고강도, 위험 노동이 이어지지만 안전대책은 전무하다. 현장노동자, 원하청이 모두 참여하는 위험성평가를 당장 실시하라. 열악한 하청 구조를 끝내고 원청인 대학본부가 교섭에 직접 나와 안전을 책임져야 한다.
고용노동부 전화상담원은 대표적인 감정노동자로 악성 민원, 폭언 등으로 인한 정신적 산재가 심각하다. 이는 개인의 역량 문제가 아닌 사업장의 보호 조치 실패와 구조적 결함 때문이다. 정부는 형식적인 제도를 넘어 '공가 즉시 부여' 등 실효성 있는 보호 대책을 마련하고 사업장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학교에서 장애아동을 책임지는 특수교육지도사는 갖가지 산재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지만 ‘교육서비스업’으로 분류돼 산업안전보건법 중 일부를 적용받지 못한다. 실질적인 산재 예방 대책, 인력지원과 더불어 산안법을 전면 적용해야 한다.
학교급식실 노동자는 폐암으로 산재승인을 받은 178명 중 16명이 숨졌다. 정부는 당장 조리 유해물질과 과중한 노동으로 병드는 학교급식실의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고, 개정된 학교급식법을 제대로 시행해야 한다.
청년여성노동자의 우울과 고통은 개인의 심리 문제가 아니라 성차별적 노동 구조와 일터 내 폭력으로 인한 명백한 정신적 산업재해다. 정부는 직장 내 괴롭힘 처벌 강화와 산재 인정 확대 등 안전한 노동환경과 고용안정 정책을 통해 이들의 삶을 보호해야 한다.
이 모든 직종들은 여성집중 직종으로 위험이 드러나지 않거나 상대적으로 덜 위험하다고 여겨져 왔다. 그러나 여성노동자들은 낮은 고용지위와 미세 먼지·화학물질 등 드러나지 않는 현장 위험, 그리고 성희롱·괴롭힘 같은 성차별적 요인에 의한 심리적 위험까지 중첩된 위협 속에 놓여 있다. 학교급식실 폐암사태는 죽음으로나마 증명되어야 했던 여성노동의 비극적인 현실이다.
모든 일하는 노동자에게 산업안전보건법을 전면 적용해야 한다. 서비스업, 공공부문, 5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 등 여성노동자가 밀집된 현장에 산업안전보건법의 적용 예외를 두는 차별적 관행을 철폐해야 한다. 이 조항으로 인해 학교급식노동자 또한 2020년에야 현업업무 종사자 범위에 포함되어 산안법이 전면 적용 되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800만이 넘는 특수고용, 플랫폼 노동자도 14개 업종을 한정해 몇 개의 추상적 조항만 적용될 뿐이다.
우리는 성인지적 노동안전 대책 수립을 요구한다. 성인지적 기준은 보편적 안전의 시작이다. 성인지적 대책이란 단순히 남녀를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물리적·생물학적 차이를 반영해 각자의 신체 조건과 직업성 질환 특성을 고려한 안전 기준을 세우는 것이다.
여성노동자가 안전해야 모두가 안전하다. 노동현장의 가장 약한 고리에 있는 여성노동자의 안전을 기준으로 안전보건체계를 재설계할 때, 비로소 모든 고용형태와 산업군을 포괄하는 견고한 안전망이 완성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모든 여성노동자가 성별, 고용 형태, 산업 종류에 따른 차별없이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쟁취할 때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2026. 4. 27
전국여성노동조합, 한국여성노동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