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스토킹처벌법 시행 5주년 기자회견] 법이 있어도, 신고를 받고도, 신변 보호를 하고도 살해를 막지 못한 제도를 전면 쇄신하라!

[기자회견문]
스토킹처벌법 시행 5주년 기자회견 - 법이 있어도, 신고를 받고도, 신변 보호를 하고도 살해를 막지 못한 제도를 전면 쇄신하라!
1999년 국회에서 처음으로 발의된 스토킹처벌법은 22년 만인 지난 2021년 10월 21일 시행되어 오늘로 5주년을 맞는다. 이전까지 경범죄처벌법으로만 규율되던 스토킹 범죄가 가해자는 제대로 처벌되고, 피해자는 보호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던 지난 5년, 피해자가 경험하는 현실은 얼마나 변화했는가.
올해 3월, 남양주 가정폭력·스토킹 여성살해사건이 발생한 이후 거듭된 ‘자성’이 무색하게도, 최근 강릉, 제주, 전주, 아산에서 가정폭력, 데이트폭력 피해 여성이 스토킹을 신고하고도 사망하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다. 반복되는 여성들의 죽음 앞에 수사기관의 변명은 한 치의 변화도 없었다. ‘피해자가 원치 않았다’는 이유로 충분한 보호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전주 사건의 경우 ‘직접적인 신체 폭행이 확인되지 않아서’ 위험성이 낮다고 판단했다고도 밝혔다. 그 자체로 수사기관의 역량 부족이 여실히 드러나는 내용이다.
피해자들이 가해자의 처벌과 보호조치를 주저한다면 그것은 ‘원치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가해자가 억류되지 않는 상황에서 자신뿐 아니라 주변인에까지 가할 수 있는 보복을 염려한다는 의미다. 그 보복이 신체적 위험뿐 아니라 역고소를 포함해 피해자가 가장 두려워하는 방식으로 일어날 수 있음을 안다는 의미다. 접근금지 명령, 맞춤형 순찰, 스마트워치, ‘피해자 모니터링’으로는 가해자의 폭력을 막을 수 없음을 충분히 예견하고 있다는 의미다. 모든 생활을 포기하고 보호시설로 피신할 수 없는 절박한 사정이 있다는 의미다. 모든 생활을 포기하고 보호시설로 피신하더라도 생계와 자립, 법적, 의료적 지원을 충분히 받을 수 없는 현실을 고려한다는 의미다. 신고하더라도 국적, 장애 유무, 사회적 위치 등의 문제로 수사·사법 절차에서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 없을 것임을 예견한다는 의미다. 결국 수사기관이 연속적인 폭력의 맥락을 고려하지 못하고, 피해자가 처한 현실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반복되는 실패를 막기 위한 대책은 여기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피해자를 ‘모니터링’할 것이 아니라 가해자를 제재하는 정책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 사법부, 수사·재판기관은 구속과 유치, 전자장치 부착 등 가해자를 실질적으로 격리하는 조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피해 위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라.
성폭력, 스토킹과 같은 개별 범죄 행위를 넘어 다양한 친밀관계에서 발생하는 연속적인 폭력을 규율하기 위한 법·제도 보완이 필요하다. 국회는 가정폭력처벌법을 전면 개정하여 친밀관계폭력을 포괄적으로 규율하는 법안을 마련하라.
정부는 피해자가 폭력 현장을 떠나 이전과 같은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충분한 보호·지원 체계를 보완하고 예산을 확충하라. 여성폭력의 실태를 파악하고, 관련자의 인식 개선, 제대로 된 제도 마련 및 집행을 추진하는 데 모든 권한을 동원하라.
자신을 구하는 데 최선을 다한 피해자를 막아서는 것이 국가여서는 안 된다.
2026년 10월 21일
스토킹처벌법 시행 5년 국가 대응을 규탄하는 시민사회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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