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성명]
배제와 차별의 언어로는 어떤 노동자도 지킬 수 없다
-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소식지 내 "페미니즘 사상검증"을 비판하며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이하 현대중공업지부)에서 발행한 7월 12일자 소식지(민주항해 3201호)에 사측에서 부착한 안전과 관련된 광고물의 손가락 모양을 빌미로 ‘수구 꼴페미’ 광고를 철거하라면서 해당 광고가 문제임을 지적하는 글이 실렸다. 소식지 내용에는 페미니스트에 대한 차별과 낙인뿐만 아니라 "정신적 문둥병에 오염된 지진아들", “페미들은 병원에서 정신과 진료 받게 하고 약물 처방으로 격리시키면" 된다는 내용의 신체 장애, 정신장애에 대한 혐오표현까지 서슴지 않고 사용하고 있다. 우리의 일상이자 노동현장에서 어떤 존재들이 차별 받고 배제되는지 압축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노동조합 내에서 안전한 구성원은 과연 누구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현대중공업지부는 한국사회에서 페미니스트를 색출하고 낙인찍어 여성 노동자에 대한 지속적인 괴롭힘을 유발하는 페미니즘 사상검증이 일어나는 동안, 해당 문제를 비판하고 문제삼기 보다 이를 활용하여 공식 소식지에 버젓이 동조하는 글을 실었다. 노동자를 보호해야 할 노동조합에서 이러한 일이 일어났다는 것은 무척 창피하고 반성해야 할 일이다. 특히, 해당 글이 소식지에 공개되기까지 어느 누구도 글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는 점은 현대중공업지부가 페미니즘 사상검증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점을 드러낸다.
집게손가락 모양이 논란이 되는 이유는 페미니스트들이 일상에서 남성을 혐오 할 때 집게손가락을 펼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는 억지이자 착각이다. 현재 페미니즘 사상검증을 겪는 여성노동자들의 제보에 따르면, 여성노동자들은 일터에서 사상검증 발생 시 정신적이고 경제적인 고통을 겪는다. 이는 페미니즘을 불온하게 여기고, 페미니즘에 대한 왜곡된 인식으로 인해 발생한다. 여성노동자들은 페미니즘 사상검증으로 인해 일터에서 업무 배제, 부당해고 등 인사상의 불이익을 겪고, 신상정보가 공개되고, 사이버불링을 당하며 생존권마저 위협받고 있다. 여성노동자들이 일터에서 이와같은 일을 겪는 가운데, 집게 손가락 모양 색출작업은 '남성혐오'가 아닌 여성혐오다.
그동안 한국사회에서 노동조합 또한 ‘빨갱이' 혹은 척결해야 할 대상으로 여겨지며 사상검증을 당하고 일터에서 부당한 대우를 겪어왔다. 페미니즘 사상검증의 피해를 입은 여성노동자와 노동조합 할 권리를 외치는 노동자들은 다르지 않다. 이러한 사회적 현실 속에서 같은 노동자로서, 페미니즘 사상검증으로 인해 색출당하고 낙인찍히며 무수한 피해를 겪는 여성노동자들의 삶에 주목하는 것이 아닌, 이를 활용하여 사측의 광고물에 부당함을 전하는 방식은 매우 잘못됐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의 소식지에 담긴 글에 강력히 문제제기하며, 페미니즘사상검증공대위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해당 문제에 대해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제대로 된 사과와 함께 담당자에게 책임을 묻고, 현대중공업지부 내부의 조직문화를 성찰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
하나. 현대중공업지부 뿐만이 아닌 민주노동조합총연맹 차원의 전 노동조합을 대상으로 교육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하라.
2024.07.12.
페미니즘사상검증공동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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