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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활동스케치(2021~)

[활동스케치] 이프 2월 소모임 - 책「연년세세」

by 안산여성노동자회 2021. 3. 5.

2월은 이프 벗들에게 정말 눈코뜰 새 없이 바쁜 달이었답니다.

한차례 미뤄지고, 그 다음주에 보게 된 이프!

황정은 작가의 연년세세를 읽고 이런저런 감상을 나눴어요.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함께 보실까요?

 

다들, 연년세세 읽고 어땠어?

나는.. 조금 어려웠어! 은유적 표현이 많아서인지.

정말? 나는 술술 잘 읽혔어. 앉은 자리에서 다 읽었지. 지금도 어떤 페이지를 펴도 잘 읽혀.

여성의 삶이나 모성애, 모성을 위대한 것으로 치켜 세우는 모성신화, 가족간의 감정, 허구의 가부장... 이런 것들 외에도 넓은 범위의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는 것 같았어. 읽을 때마다 다르게 읽힐 것 같아.

나도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것 같다고 생각해. 다양한 유형이나 이야기를 담고 있었어. 내가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다 이해했는지 궁금해. 실험적인 소설이야.

생각하게 되고, 속도를 떨어뜨리게 되는 책이야! 참 예술적인 책이지. 아~ 배아프게 잘 썼다!!

 

 

오늘은 좀 다른 방식으로 해 보자!
각 장을 하나 하나씩 이야기해보는 거 어때? 먼저 첫번째 장, 파묘! 어땠어?

이순일과 한세진이 산에 도착하기 전에 일꾼들은 이미 묘를 헤치고 있었지. 그 후에 이순일은 일꾼들이 배려 없이 먼저 나머지 작업을 해버릴까봐 급해져.
살면서
이런 장면을 많이 봤어. 여자들의 문제에 있어 남자들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 이순일이 이 묘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마음의 고향인 셈인데. 남자들에게는 그런 게 중요하지 않은 거야. 여자들이 중요히 여기는 것들은 무시하고 남자들은 일처리만 급급했지. 

ㄴ 나도 그 장면에서 이순일을 통해 그 세대 여성들의 모습을 봤어.
    어찌 보면 당연했겠지. 내가 마음이 좋지 않은데도, 남들이 기분나쁘지 않게 배려하는 모습..
    그게 또 익숙한 모습으로 받아들여지면서 답답한 기분도 들었어.

나는 한만수가 이순일에게 '엄마는 위대하다'라며 이야기하면서 사실 뒤에서는 한세진에게 '너무 효도하지 마'라고 이야기하는 장면을 보고 화가 났어. 엄마가 어떤 여정으로 살아가는지를 보지 않으면서 위대함을 말하다니. 엄마의 삶을 읽으려고 하는 마음 자체도 없었지. 한세진은 효도하려 그런 게 아니라 엄마의 삶을 존중한 건데. 한세진이 이순일을 투덜거리면서도 따라다닌 것은, 엄마의 삶을 존중하는 행위였어.

한 사람을 그 사람 자체로 보는 게 아니라 역할과 이념으로 나누어 버리니..
이런 프레임으로 나뉘지..!

 

아주 좋아~ 두번째 장, 하고 싶은 말은 어땠어?

한영진에게 외국인이 추근덕댄 사건을 남편인 김원상에게 이야기했을 때, 김원상은 이렇게 얘기했지. "where is the toilet을 잘못 들은건 아니고?" 김원상 입장에서는 농담으로 한 것이지만 한영진에게 영향을 줬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영진은 김원상에게 그럭저럭 괜찮은 남편이라고 생각하지. 괜찮은 남편이고 괜찮은 사위인데 생각을 덜 하는 것 뿐이라고. 가부장제 대부분의 문제들이 남자가 생각을 안해서 터지는 건데. 생각을 안해도 세상이 굴러가니까.

ㄴ 책 앞머리에 쓰였던 주차장에 박아놓은 못이 생각나. 그 사람의 성품을 비유한 거겠지.

나는 이 장을 읽고 가족이라도 말해서는 안될 것들이 있다고 생각했어.
아버지가 "너가 더러운 거짓말을 하고 있다"라고 한 사건이 한영진에게 나이가 들어서도 그렇게 큰 영향을 주잖아.

맞아. 남자들과는 달리 여자들은 하고싶은 말을 다 하고 산 것이 아니야.
여자들의 삶은 자기 자신을 감추고 살아가.
나는 한영진도 거짓말을 하면서 살아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
중의적인 제목일 수도 있겠지. 누군가를 속이는 등의 나쁜 거짓말이 아니고, 같이 살아가기 위한 거짓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

 

캬~ 세번째 장, 무명은 어땠어? 자유롭게 얘기해줘!

무명과 순자와 이순일의 삶이 엄마들의 보편적인 삶이지. '무명' 장을 읽어보면 이순일이 어린 나이에 겪었던 것들이 끔찍하게 느껴져.

이순일은 계속 착실하게 일만 했지. 얌전했어.
사람들은 순자가 일만 하고 얌전하니까 탐을 냈었어. 그러니까 고모네에 잡혀 있었고, 그 삶을 벗어나기 위해 결혼을 했어. 하지만 그 노동의 삶에서 벗어나지는 못했지. 이순일은 계속해서 노동하는 삶을 살았어. 나이가 들어서도.

외조부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저거 하나 남았다는 그 말. 남자였다면 그렇게 얘기하지 않았을 것이다.

ㄴ 순일은 동생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이 있었지만
    외조부는 '기껏 저거'라고 표현하며 '저것 하나 살았다'고 얘기하지.
    그런 것들 때문에 순일의 마음에는 더 많은 죄책감이 있었을 거야.

이순일은 인간으로 살아남았지만, 외조부는 기껏 저거 하나 라고 얘기하는 장면이었지.
    이순일은 나이가 들어서도 외조부의 묘를 애틋하게 보살피는데. 참 역설적이야.

ㄴ 순자가 그 집의 아들이나 손자로서 혼자 남았다면 이러지 않았을거야.
    고모라는 사람조차도 이순일을 데려가서 집의 식모로 쓰지.
    남자였다면 어떻게든 이 집을 일으켜 세워라 라고 입신양명 했을텐데..
    옛날 여자들 이름을 보면 아들낳으라고 '자'자를 붙이지. 마지막이라고 말'자', 분하다고 분'자' 붙이고..
    여자 이름을 호적에 올릴 때에도 그게 정말 이름은 아닌 거야.
    여자의 이름은 저거와 같아. 김저거 박저거..

나는 또 순자와 순자간의 연대가 눈에 띄었어. 순일이가 도망 간 다음에 잡히도록 한 것은 순자였지.
잡히고 돌아와서 그 순자를 만났을 때 뺨을 때리고, 순자는 그냥 맞고 있어.
둘이 지지하고 연대했는데... 그 순자는 또다른 '나'야. 어찌할 수 없는 나.
마음이 아팠어. 그 둘의 각자 다른 상황 때문에 일이 이렇게 전개되었지. 
이해되지만 마음이 울컥했다.

나는 무명 아니야, 이순일이야. 라고 얘기하는 듯 해.

가부장제는 끊임없이 여성을 무명화하려고 해. 작가는 그걸 꺼내어보고자 한 것 같아.

 

마지막 장은 은유적인 표현이 많았지. '다가오는 것들'은 어땠어?

왜 고양이를 밟고 병원에 갔지? 종이 쇼핑백을 잘라냈잖아.

생명에 대한 어떤 마음. 명품도시. 하미영과의 관계.

납골당이라는 프레임을 씌우지만 안산이라는 명품도시라는 이름을 쓰는 것이 사우스풀, 노스풀을 연결하는 것.

작가가 고양이를 사용한 데에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아. 
    하찮게 여기고 밟을 수 있지만 은유적 표현이 있지. 
    고양이 때문에 애정을 갖고 마음을 다치기도 해. 
    우리 주변의 약하고 여린, 이런 부분이 생명안전공원과 연결되는 것 같아.

이 책에서 911 기념비와 안산의 '명품도시'라는 표현을 좋지 않은 뉘앙스로 얘기했어.
명품도시라는 말을 갖다 붙여야만 안산생명공원이 의미가 있어진다는 것에 문제 의식이 있는거지.
911
당시에는 희생자들을 기리는 것이 논란되지 않았을 거야.
안산은 '명품도시'로 거듭날 수 있다고 얘기하면서 생명안전공원의 의미를 퇴색시켰어.

ㄴ 안나의 삶을 껴안지 못했던 것처럼, 노만이 그 자기 어머니의 언어를 부정했던 것처럼...
    우리가 우리의 역사를 껴안고 보듬어 같이 가지 못하는 것처럼...
    416
도 온전히 우리 역사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부분을 꼬집은 것 같아.

명품도시로 가야 집값이 안떨어지고.. 이런 논리로 가는 것이 우리 세상이지.

'다가오는 것들'이라는 영화는 우울한 영화야. 영화에서는 평등과 자유가 허망한 것으로 되어버리지.
나탈리라는 중년의 여성은 일과 집안을 모두 건사하랴,
인간이 추구하는 서로의 노선이나 이념차이에 대하여 치열하게 고민하는 두 갈래를 보여줘.

나탈리는 앞으로 늙어갈 것이고, 자기 삶을 온전히 자기가 꾸려야 하고 친정엄마를 돌봐야 하겠지.
여성으로서의 남겨진 삶이 우울하게 나와. 그래도, 용서하고 사랑하지 않아도 삶은 살아져야 해.
이 작품은 '
여성의 삶이라는 게 뭘까' 하는 고민의 방향으로 끌고 가는 듯 해.

성차별을 들여다보면 남녀가 나뉘어. 여성에게도 층위가 나뉘어진다면, 가부장제 세상에서도 안나와 같은 가장 낮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나타나. 
우리 속에 보이지 않는, 놓치고 있는 약한 구조에 대해 다루고 있는 것 같아.
911, 
생명공원, 세월호 등을 내용에 끌어오며 우리 사회에서 가장 많은 차별을 받은 사람들을 보여줬어. 
우리에게 앞으로 다가올 여성의 삶은 어떨까? 우리의 삶은 앞으로 어떻게 다가올까?
여성으로서 다가오는 것들
, 우리에게 무엇이 다가오고 있을까?

ㄴ 우리가 지금까지는 지나쳤을 수도 있고, 보이지 않았는데 뭐가 우리 눈에 다가왔는지를 생각하게 해.
    무명, 하고싶은 말과 같은 제목처럼 우리가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것들, 가려진것들을 보여줬어.
    우리가 앞으로 사는 삶은 그런것들이 다가오는 삶일 거야.
    눈을 감고 귀를 닫는다면, 이런 것들이 다가와도 모르고 살겠지.
    여성으로 살다 보면 분노할 일도 있고 환멸을 느낄 일도 있고, 실망하는 일도 있을 거야.
    이런 다가오는 것들을 겪어 내는 삶일 거야.

역사는 남성의 단어이고 연년세세는 계속되는 삶이지.
그 자리에서 울고 실망하고 환멸하고 분노하는, 그 사랑은 계속되어지는 삶이야. 우리 삶 자체야.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한마디 or 명언!

여성의 이름 하고 싶은 말 우리는
우리의 삶을
여기서
안간힘 울고 실망하고
환멸하고 분노하면서,
다시 말해 사랑하면서.

이프 2월 모임의 대화 일부를 추려 보았습니다. 😊

다음 모임에는 <아이엠 우먼> 영화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거예요.

3월 10일(수) 오후 7시 30분 예정이니

이 대화에 함께 하기를 원하는 분은 다음 모임에 신청해 주세요.

 

이프 3월 모임 안내는 ↓ 아래 링크 클릭!

ansanww.org/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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