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선언문]
이주 가사돌봄노동자의 권리보장을 위한 연대회의 출범선언문
이주 가사돌봄노동자 차별 말고 평등한 권리 보장하라!
서울시의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 (이하 시범사업)’으로 입국한 필리핀 이주 가사돌봄노동자들이 열악한 노동 환경에 놓여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지난 8월 6일부터 9월 2일까지 진행된 교육에 대한 수당은 언론에서 임금체불 의혹이 제기된 후에야 일부가 입금되었고, 나머지 수당도 4대 보험료, 숙소비, 통신비 및 교통비까지 공제된 후 일부만 지급되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노동자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했으나 시범사업 업체는 이를 무시하고, 오히려 “언론과 소통하면 처벌하겠다”라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지난 15일, 100명의 이주 가사돌봄노동자 중 2명이 숙소를 이탈하여 연락이 두절되었다. 근로 계약의 기본인 임금 지급도 제대로 되지 않자, 이들은 미등록 체류자 신분을 감수하고 숙소를 떠난 것이다. 이런 상황은 시범사업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이미 예견되었다. 저임금과 차별, 불투명한 전망과 더불어 임금 지급조차 원활하지 않은 현실을 노동자들이 참아낼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임금체불 문제를 업계 관행 탓으로 돌리고, 무단이탈로 불법체류자가 되는 것은 출입국관리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하여 이들에게 낙인을 찍고 있다.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이주 가사돌봄노동자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는 것이다.
시범사업이 시작부터 난항을 겪는 이유는 이 사업이 한국 사회의 저출생 문제와 아동 돌봄 문제에 대한 미봉책으로 출발했기 때문이다. 인구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동 시장의 이중 구조를 개선하고 성평등을 이루어 여성의 돌봄 과중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그러나 서울시는 이러한 고민 없이 경제적 효율성을 강조하며 이주 가사돌봄노동자를 도입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들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기 위해 여론전을 펼쳤으며, 그 시도가 저지되자 겨우 주 30시간의 근무시간이 보장되는 6개월짜리 일자리를 만들어 그 자리를 이주 여성 노동자들로 채우는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돌봄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이주 여성 노동자들의 돌봄 노동을 저임금으로 후려치며 차별을 조장하고 있다.
또한 서울시는 민간 업체를 끼고 시범사업을 추진하여, 시민 사회단체에서 줄곧 주장해 온 공공 돌봄 실현에 역행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5월 23일 공공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을 폐지하였고, 이후 돌봄의 사회화가 민영화 기조 아래 진행되어 돌봄 서비스 수혜의 불평등이 빠르게 드러났다. 실제로 이번 시범사업을 신청한 751가구 중 43%, 선정된 157가구 중 33%가 강남 3구의 가정이었다.
이주·여성·노동인권 단체들은 시범사업 계획 발표 직후인 지난 해 8월에 ‘이주 가사·돌봄노동자 시범사업 저지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을 결성하여 서울시의 졸속적인 시범정책 도입에 반대해 왔다. 시범정책이 이미 시행 중인 가운데, 이주 가사돌봄노동자들의 노동 환경을 모니터링하고 정부에 문제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31개 단체가 모여 ‘이주 가사돌봄노동자 권리 보장을 위한 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를 출범하였다. 연대회의는 공동행동의 기조를 확대하여 서울시의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으로 입국한 필리핀 이주 가사돌봄노동자뿐 아니라, 한국에 돌봄 노동을 제공하는 모든 이주 노동자들의 권리 보장을 위해 행동할 것이다. 이를 통해 그동안 저평가되어온 가사돌봄 노동 문제를 제기하고, 정부에 공공 돌봄 확대를 요구할 것이다. 우리는 이주 노동자들과 연대하여 함께 싸우고, 이주 노동에 대한 편견과 차별에 맞서서 변화를 만들어낼 것이다.
2024년 9월 26일
이주 가사돌봄노동자 권리 보장을 위한 연대회의
노동건강연대, 민주노총, 사회주의를향한전진, 이주노동자노동조합(MTU), 이주민센터친구, 참여연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한국노총전국연대노조 가사·돌봄유니온,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경주여성노동자회,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노동당 여성위원회(준), 다른몸들, 대구여성노동자회,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마산창원여성노동자회,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부산여성회, 부천여성노동자회,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 사)광주여성노동자회, 사)서울여성노동자회, 사)안산여성노동자회, 생명안전 시민넷, 수원여성노동자회, 이주민지원공익센터 감사와동행, 인천여성노동자회, 전국여성노동조합, 전북여성노동자회(총 31개 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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