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 논평]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가해자를 징계하지 않고 사직 처리한
대한항공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한 대법원의 확정 판결을 환영한다.
2024년 11월 14일 대법원 3부는 대한항공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피해자가 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선고공판에서 대한항공의 상고를 기각했다. 사건의 핵심인 업무관련성의 인정은 물론 가해자를 징계하지 않고 사직 처리한 것은 회사에 책임이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한 판결로 의미가 있다.
2022년 7월 1심 재판부는 사직 처리도 징계의 하나로 판단했다. 그러나 2023년 8월 2심 재판부는 ‘비공식절차를 통한 분쟁해결에 있어서도 직장 내 성희롱 사건 해결을 위해 마련된 다양한 법제도 및 직장 내 제도와 절차에 대한 객관적이 정보를 제공하고, 신고인이 처한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 해결 방식에 대한 선택지를 제공하여 신고인 스스로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처리할 것인지에 대해 가장 만족할 수 있는 방식을 생각하여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사업주의 책임과 의무를 판시한 바 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징계 없는 사직은 피해자가 동의했더라도 충분한 정보 제공이 전제되고, 이에 근거하여 피해자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2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는 가해자가 사직하고 나면 의무를 다했다고 여기는 사업주의 안일한 태도에 분명한 경종이 될 것이다.
징계 없는 사직은 피해자의 피해를 없애고, 가해자의 잘못은 숨겨준다. 사건의 본질을 분명히 하지 않은 결과는 피해자를 동료를 퇴사시킨 가해자로 만들기도 한다. 기업의 “가해자가 없으니 됐지 않냐”는 태도는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되며, 따라서 피해자에 대한 보호에도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 그러는 사이 피해자는 2차 가해에 노출되고, 결국 사직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만들기도 한다. 대한항공 피해자도 여러 유형의 2차 피해를 입었다.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징계에 대한 기본과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회사는 피해자 보호의 기본과 원칙도 잘 지키지 않는다.
얼마 안 있으면 피해자는 직장으로 복귀해야 한다. 대한항공은 판결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복귀하는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방지와 보호조치를 강화해야 한다. 그것이 여성노동자가 다수를 차지하는 대한항공이 안전한 사업장이 되는 길이다.
사건이 발생하고 무려 7년 4개월이 지났다. 피해자는 사건이후 정신적·신체적 어려움으로 산재요양 중에 있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버텨낸 피해자에게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여성노동자회는 본 판결이 대한민국의 기업들이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사건의 처리에 있어 사업주의 책임과 의무가 가볍지 않음을 직시하고 보다 안전하고 성평등한 조직을 만드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2024. 11. 15
서울여성노동자회, 인천여성노동자회, 부천여성노동자회, 안산여성노동자회, 수원여성노동자회, 전북여성노동자회, 광주여성노동자회, 대구여성노동자회, 경주여성노동자회, 마산창원여성노동자회, 부산여성회, 한국여성노동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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