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고용평등상담실네트워크 기획시리즈 ③] 다음 세대가 살아갈 세상을 위해
임신한 순간, 계약해지 절차가 진행됐다
비정규직으로 6년을 일했다. 작업치료사(치매)는 전문직이고 좋아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지원한 곳이 관할구청 보건소의 치매안심센터였다. 시간선택제 임기제 공무원 신분이었다. 계약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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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으로 6년을 일했다. 작업치료사(치매)는 전문직이고 좋아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지원한 곳이 관할구청 보건소의 치매안심센터였다. 시간선택제 임기제 공무원 신분이었다. 계약은 계속 연장되었고 6년의 기간 동안 비정규직이라는 고용형태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동안 모두의 축하를 받으며 결혼도 했다. 그러나 임신한 순간 모든 게 달라졌다. 비정규직의 위치를 자각해야 했고 계약은 연장되지 않았다. 근무평가에 의한 계약해지라고 하지만 그동안 구청에서 근무평가로 계약해지된 임기제 공무원은 없었다.
모든 과정은 임신한 순간부터 시작되었다. 출산휴가 계획을 상사에게 알리자 '둘 다 가질 수는 없다.', '한 사람으로 인해 다수가 희생할 수는 없다'라는 말을 들었고, 계약이 연장되지 않을 거라는 얘기도 들었다. 불안한 상태로 출산휴가를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근무실적 평가 방법이 사전 고지 없이 변경되었는데 그동안 없었던 일이었다. 입력된 전산을 수정해야 반영된다는 통보를 출산휴가 중에 받았다. 출산을 며칠 앞두고 있어서 '직접 출근해서 전산을 수정'하는 것이 쉽지 않아 제대로 대응하기 어려웠다. 그 결과 받은 점수는 'D등급'으로 계약해지였다. 그동안 근무실적평가에서 좋은 성과를 받았는데 출산 사실을 알리고 난 후 부서 내 최하위 점수를 받은 것이다. 동료들 중에서 혼자만 계약이 종료되었다.
사각지대에 놓인 여성노동자가 바로 나였다.
시간선택제 임기제 공무원은 공무원이 아니라고 한다. 노동자도 아니라고 한다. 어떤 법에 적용 받는지, 어디에 구제 절차를 얘기해야 하는지 몰랐다. 일터에서 보호 받기 어려운 사각지대에 여성노동자가 바로 나였다.
위 내용은 인천여성노동자회에 상담을 한 여성노동자의 사연이다. '혼자 싸워야 하는 것인가'. 막막함과 두려움 속에서 우연히 인천여성노동자회 상담실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여러 곳에 문의했지만 실제 처한 환경에서 불이익에 귀 기울이며 밀착해서 상담하고 함께해 주는 곳은 없었다고 한다.
25년 7월경 상담이 시작되었고 노동자의 지위도, 공무원의 지위도 없는 상황에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했다. 그리고 26년 3월 16일 국가인권위원회가 '지자체의 출산 및 육아를 사유로 한 부당한 계약종료'라고 결정 인용했다. 국가인권위는 '출산 및 육아휴직 사용이라는 사정이 없었다면 종전과 마찬가지로 재임용(계약 연장)이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상당하며, 이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출산 및 육아휴직 사용을 이유로 한 고용상 불이익 처우로서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의미 있는 결정문이었고 오랜 싸움으로 지쳐있던 내담자는 차별로 인정받아 기뻐했다. 하지만 아직도 내담자는 현장으로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6월 관할구청은 국가인권위원회의 객관적이고 공정한 재심사로 고용상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한 권고를, 성차별 판단기준에 의거한 재심의가 아닌, 시스템 입력에 따른 실적관리 소홀과 누락으로 판단해 재평가했다. 이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결과였다. 이처럼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여성노동자는 불이익을 겪어도 절차나 행정에서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차별로 인정하여도 일터로 돌아가지 못하는 여성노동자의 곁에 민간고용평등상담실은 언제나 함께하고 있다.

이젠 더 긴 싸움인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내담자가 더 이상 멈출 수 없는 이유는 태어난 아이가 커가는 과정을 보면서 이런 세상을 보여주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다음 세대가 살아가는 세상은 노동자가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법이 지켜지고 보호해 주는 그런 세상이어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며 버텨가고 있다.
단순하고 당연한 얘기를 하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인가 싶다. 그러나 여전히 '여성노동자의 일터'는 그렇다. 상담은 단순 조력이나 지원이 아니다. 권리회복을 위해, 일터로 돌아가기 위해, 정당성을 회복하기 위한 투쟁이다. 그 싸움의 순간에 민간고용평등상담실이 있었다.
민간 고용평등상담실은 노동부가 2000년부터 2023년까지 운영하다 2024년 윤석열 정부에서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한마디로 갑자기 폐지됐다. 상담실이 폐지된다고 현장의 여성노동자의 목소리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일터에서 겪는 문제는 계속되고, 상담이 필요한 여성노동자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열약한 여건 속에서도 상담실을 운영해야만 하는 이유이다. 수많은 여성노동자가 상담을 통해 일상을 회복해 왔다. 모두가 평등하고 존중 받는 성평등 일터가 되는 길에 여성노동자의 투쟁이 있고 상담실이 있었다.
2026년에 고용평등상담실이 일부 복원됐다. 2027년에는 여성노동자들이 어디서든지 상담하고 보호받을 수 있도록 민간고용평등상담실이 더 복원되고 확대되어야 한다. 성평등 노동 실현의 길에 민간고용평등상담실 확대·복원은 정부가 책임 있게 수행해야 할 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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