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노동자의 목소리로 정부에 강력히 요구한다.
노조법 2·3조 개정안 즉각 공포하라!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지난해 폐기되었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이 다시 한 번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다. 복잡다단해진 고용 형태 속에서 ‘진짜 사용자’를 밝혀내고, 모든 노동자가 ‘손배 폭탄’을 두려워하지 않고 파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법안이 다시 한 번 발의된 것이다. 노조법 2·3조 개정안은 모든 노동자가 노동기본권을 누리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법안이다. 하지만 법안이 통과되자마자 여당인 국민의힘은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밝혔고, 고용노동부 이정식 장관은 “개정안은 노동조합의 파업범위는 확대하고 불법행위는 면책해 산업현장의 갈등과 불법파업을 조장하는 법안”이라고 법안을 폄훼하였다.
자본이 사용자의 법적 책임을 회피하려는 꼼수를 부릴 때마다 여성노동자는 계약직, 하청노동자, 특수고용직, '가짜 프리랜서'로 유입되며 계속해서 가장자리로 밀려났다. 여성노동자 절반은 비정규직이며, 절반이 최저임금이거나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임금을 받는다. 불안정한 고용 형태는 여성노동자가 직장 안에서 성희롱·성차별 피해를 겪더라도 문제제기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이들을 고용한 ‘진짜 사장’은 그 어떤 책임도 지지 않고 있다. 필요에 따라 노동자를 ‘손쉽게’ 사용하고 차별하더라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다. 그나마 노동조합을 통해 목소리 내보지만, 돌아오는 건 ‘불법 파업’이라는 낙인과 수백억의 손해배상 청구였다.
1993년, 캐디 노동자들은 "골프장 캐디는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는 아니지만 노조법상 노동자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을 끌어냈다. 1999년, 학습지 노동자들은 특수고용직 최초로 노조를 결성하고 단협 파기, 부당해고에 맞서 20년 가까이 싸워 끝내 '노조법상 노동자'로서 지위를 얻어냈다. 2010년, KEC 노조는 파업을 했다는 이유로 301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 받았지만, 임금·승진에서의 성차별에 맞서 계속해서 투쟁 중이다. 2022년,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는 SPC 계열사 빵 공장 끼임 사고 책임을 회피하는 회사에 맞서 싸웠다. 이렇듯 여성노동자는 빼앗긴 노동3권을 보장받기 위해 끈질기게, 아주 오랜 시간 투쟁해왔다.
이제 국가가 노조법 2·3조 개정을 통해 여성노동자의 외침에 응답할 때이다. 국회는 국민의 대리인으로서 법안을 발의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 목소리를 거부권으로 이미 한 차례 내팽개쳐버린 바 있다. 거부권은 국회의 입법권을 견제하기 위한 장치로 신중하게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마땅함에도, 윤석열 대통령은 임기 2년 만에 15번이나 거부권을 남발했다. 국민의 뜻을 받아 발의된 법안이 대통령 마음대로 ‘거부’되는 이 행태에 분노를 금할 길이 없다. 노조법 2·3조 개정안은 노동자가 노동조합을 통해 자신의 권리를 지키고, 노동자를 고용한 직접 사용자가 책임지게 만들기 위한 지극히 상식적인 법안임을 다시 한 번 힘주어 밝힌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라. 여성노동자에게는 노동3권이 필요하다. 우리는 노조법 2·3조 개정안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다.
2024.08.12
여성노동연대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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