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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문] 〈페미니즘 사상검증 규탄 기자회견〉서초경찰서는 성차별적 풍토에서 벗어나 성평등한 수사를 진행하라!

by 안산여노 2024. 8. 29.

[기자회견문]  

〈페미니즘 사상검증 규탄 기자회견〉

서초경찰서는 성차별적 풍토에서 벗어나 성평등한 수사를 진행하라!

 

 지난해 넥슨 ‘메이플스토리’ 홍보 영상에 ‘집게손가락’을 그렸다고 지목된 여성 노동자가 개인신상 유포, 성희롱 발언 등 심각한 피해를 받았다. 이후 피해자가 해당 장면을 그리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졌음에도 피해자를 향한 괴롭힘은 이어졌다. 피해자가 SNS를 통해 페미니즘을 지지하고 그에 대한 의견을 표명했다는 것이 괴롭힘의 표적이 된 이유였다. 이에 피해자는 부당한 피해를 입은 것을 바로잡고자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스토킹처벌법, 모욕 등으로 고소를 진행하였다. 그런데 7월 24일, 서초경찰서는 피해자가 고소한 41건의 사건을 모조리 불송치 결정하였다. 언론을 통해 공개된 경찰의 불송치 결정서 내용은 피해자를 괴롭히던 이들의 논리와 다르지 않았다.

 

 경찰은 불송치 이유의 가장 첫 머리에 "현재 대한민국에서 '집게손가락 동작'을 기업 광고에 사용하는 것은 금기시 되는 것이 현재의 풍토"라고 밝혔다. 넥슨을 비롯하여 GS 리테일, 최근 르노코리아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기업이 ‘집게손가락’이 “남성혐오”적 표시라는 억지주장에 굴복하여 여성노동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결정을 내려왔다. “현재의 풍토”는 기업의 성차별적인 결정이 축적된 결과이다. 이러한 부정의가 사회문화에 뿌리내리지 않도록 개입하는 것이 바로 공권력의 역할이다. 페미니즘을 지지하고 이에 대한 의견을 표명했다는 이유로 근거 없는 비난, 욕설, 신변의 위협 등을 받는 시민을 보호해야할 의무가 경찰에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피해자에 대한 괴롭힘이 ‘정당’하다는 경찰은 그 책임과 의무를 적극적으로 방기한 셈이다. 

 

 또, 경찰은 "피고소인들이 극렬한 페미니스트의 부적절한 행위에 대한 자신들의 의견을 표명하는 과정에서 다소 무례하고 조롱 섞인 표현을 사용한 것에 불과하다"며 불송치 사유를 밝혔다. 피해자가 경험한 피해를 축소하기 위해 성차별주의자들의 논리를 그대로 차용한 것이다. 경찰을 비롯한 성차별주의자의 머릿속 “극렬한 페미니스트”는 과연 누구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극렬한 페미니스트"가 '집게손가락' 표시를 몰래 집어넣을 것이라는 생각은 성차별주의자의 음모론이다. 그런데 기업은 물론 이제는 경찰까지도 이들의 음모론을 경찰 조직의 논리로 수용하고 수사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 이르렀다. 

 

 불행 중 다행히도 어제 서초경찰서는 해당 사안을 각하 결정한 것에 대해 미흡함이 있었다는 점을 시인하고 재수사 진행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같은 날 서초경찰서는 한 언론을 통해 “(피해자의 회사가) 오해를 받게끔 대응이 이뤄져 사람들이 의견을 표명한 것"이고 “명예훼손 (무죄) 사건을 보면 (피해자가) 자초한 점이 있다는 판례가 많다”며 전형적인 피해자 탓하기 태도를 보였다. 재수사 결정에도 불구하고 다시금 분노와 함께 걱정과 우려가 먼저 앞서는 이유다. 제대로 된 재수사가 진행되기 위해서는 수사 과정의 미흡함 뿐만 아니라, 그 미흡함을 스스로 초래하게 된 배경인 성차별적 관점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필요하다. 우리는 앞으로 진행될 재수사가 성평등하고 정의로운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은 사항을 서초경찰서에 요구한다.

 

하나. 서초경찰서는 미흡한 수사와 2차 가해에 대해 피해자에게 직접 사과하고, 성평등 관점에서 공정한 재수사를 진행할 것을 약속하라.

 

하나. 서초경찰서는 사건 처리 과정에서 성차별적 관점이 개입된 경위를 명확히 조사하고, 책임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통해 유사 사례의 재발을 방지하라.

 

하나. 경찰과 검찰은 성차별적 사건 처리에 있어 성평등 관점으로 피해자의 권리와 존엄성을 보호하고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라.

 

 2024. 8. 8.

 

페미니즘사상검증공동대응위원회

(전국여성노동조합, 청년유니온,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민우회, 채용성차별철폐공동행동)

 

 

페미니즘 사상검증 사건과 서초서의 성차별적 인식에 분노하는

70개의 단체, 1,977명의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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