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절 공동성명]
법인 대표 성희롱 처벌, 8년의 투쟁으로 일궈낸 값진 결실
- 우리는 멈추지 않고 더 안전한 일터로 나아갈 것이다
법정공휴일이 된 최초의 노동절이다. 노동자의 권리와 연대를 말하는 오늘, 여성노동자회는 그간의 연대로 이루어낸 투쟁 결실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지난 23일 국회는 본회의에서 법인대표와 사업주ㆍ법인대표의 친족인 상급자ㆍ근로자가 성희롱 가해자인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의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본 법안은 여성노동자회가 2018년 미투운동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한 직장 내 성희롱 상담을 면밀히 분석하여 제안한 개정안이었다. 개정 전 법안은 직장 내 성희롱 가해자가 사업주인 경우에는 과태료가 부과되지만 법인대표는 누락된 상태였다. 법인형태로 운영하는 사업장이 증가했지만 법제도는 따라가지 못하는 입법불비 상태였던 것이다.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들은 법인대표의 성희롱에 대항할 힘이 없었다. 문제해결의 책임이 있는 법인대표가 가해자인 경우, 솜방망이 셀프처벌로 끝날 뿐이었다. 피해자들은 사건의 최종 결과를 받아들고 더 큰 좌절을 겪어야만 했다. 또한 작은 규모의 사업장은 사업주와 법인대표의 친족이 함께 근무하는 경우가 많다. 사건의 판단과 사내 처벌의 최종권한은 사업주와 법인대표에게 있었고, 늘 팔은 안으로 굽었다. 피해자들은 가해자들이 합당한 처벌을 받았다고 동의하기 어려웠다. 이런 현실은 모두 여성노동자회가 평등의전화 상담을 통해 수집한 사례를 분석하여 내린 결론이었다. 과태료 처분이 전부는 아니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적어도 가해자들을 처벌할 수 있는 제재수단을 갖게되었다.
여성노동자회는 2020년 서울여성노동자회가 개최한 토론회를 시작으로 꾸준히 본 법의 개정을 요구해 왔다. 처음 논의 당시에는 근로기준법 전체가 ‘사용자’로 통칭하는데 반해 남녀고용평등법은 ‘사업주’로 통칭하고 있어 남녀고용평등법 전체를 ‘사용자’로 변경하려 하였다. 하지만 국회 제안 과정에서 이 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과태료 부과대상을 사용자로 하는 안조차도 그 범위가 너무 넓다는 이유로 반려되었다. 그러는 동안 법인대표에 의한 성희롱 피해는 계속 벌어지고 있었다. 결국 과태료 부과 대상을 법인대표와 친족으로 한정하여 확대하는 안으로 법개정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그조차도 21대 국회를 거쳐 22대 국회에서 비로소 개정된 것이다. 법의 개정은 언제나 더디게만 느껴지지만 그 제한된 결과를 얻기 위해서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었다. 이 과정에 함께한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직장 내 성희롱은 여전히 현장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고 여성노동자들을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 2025년 평등의전화 전체 상담 중 직장 내 성희롱 상담은 23.7%로 두번째로 많은 상담건수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실업급여나 해고, 임금체불 상담 등 근로조건 상담을 분석해 보면 직장 내 성희롱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직장 내 성희롱은 여성노동자의 일터 안전과 삶의 영속성을 침해하는 심각한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련 법제도는 여전히 손보아야할 것이 많다. 노동자성이 인정된 노동자에 한해서 가능한 구제, 산업재해로 인정은 되지만 명확한 법령상 명시가 없는 문제, 복구되지 않은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 예산, 근로감독관과 법원의 낮은 성인지 감수성, 비준되지 않은 ILO 190호 협약 등 산적한 문제들이 우리에게 남아 있다.
제도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문제는 언제나 있어왔다. 여성노동자는 어느 하나 쉽게 얻어본 적 없이 언제나 투쟁으로 쟁취해 왔다. 이번 법개정에서도 다시 한 번 이 고통스러운 진실을 확인한다. 자신의 현실을 개선하고자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여성노동자가 있었고, 이들과 함께한 운동단위들이 존재하였다. 그리고 이를 응원하고 함께하는 시민과 정치인들이 있었다. 이런 연대가 있는 한 우리 사회는 제자리에 머무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남은 과제들도 도리없이 하나씩 느린 걸음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 그러나 여성노동자회는 모든 여성노동자가 존중받는 안전한 일터를 확보하는 그날까지 언제나 해야할 책임과 역할을 다할 것이다.
2026년 5월 1일
한국여성노동자회, 서울여성노동자회, 인천여성노동자회, 수원여성노동자회, 안산여성노동자회, 부천여성노동자회, 전북여성노동자회, 광주여성노동자회, 마산창원여성노동자회, 부산여성회, 경주여성노동자회, 대구여성노동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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