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활동/보도자료, 성명, 논평

[공동성명] 노동 약자의 희생 위에 세워지는 메가특구특별법 노동 개악안 전면 철회하라!

by 2026안산여노 2026. 8. 3.

 

노동약자의 희생 위에 세워지는 메가특구특별법 노동개악안 전면 철회하라!

 

국가가 앞장서 20세기의 야만을 21세기에 되풀이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반도체 클러스터를 비롯한 이른바 '3대 메가프로젝트'를 뒷받침한다며 추진 중인 메가특구특별법에 파견 허용 업종 확대, 기간제 사용기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 연구개발직 주52시간 예외 등 노동규제 완화 방안이 대거 담긴 것으로 확인되었다. 우리 여성노동자들은 기업의 이윤을 위해 노동권과 생존권을 벼랑 끝으로 밀어 넣는 이번 특별법 추진을 강력히 규탄하며, 노동시장의 차별과 불평등을 한층 심화시킬 독소조항의 즉각적인 전면 철회를 엄중히 요구한다.

 

메가특구는 70년대 여성노동자를 착취하던 수출자유지역의 재판이다

 

1970년대 마산·이리(익산) 수출자유지역은 외자 유치와 수출 증대라는 명분 아래 국가가 법적 노동권 박탈을 허용한 기괴한 땅이었다. 그 구역에서 노동조합 활동은 사실상 봉쇄되었고, 저임금·장시간 노동이 정당화되었다. 노동자는 국가 발전이라는 대의를 위해 권리를 유예당한 존재로 내몰렸다. 당시 저임금·장시간 노동을 실제로 감당한 노동자들은 다수의 어린 여성 노동자들이었다. 특정 지역과 산업에 '특례'라는 이름의 예외를 허용하는 순간, 그 안의 노동자는 헌법과 노동법이 보장하는 보편적 권리의 바깥으로 밀려났다. 메가특구는 이 구조를 반복한다. 이름은 '반도체 클러스터', '첨단산업 육성'으로 바뀌었지만, 논리는 동일하다. 노동자를 착취하여 기업의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는 야만의 땅을 국가가 앞장서 만들겠다는 것이다.

 

예외는 반드시 차별을 야기하며 기준선의 하향으로 귀결된다

 

노동법은 특정 산업이나 지역을 이유로 근로기준을 낮출 수 없다는 원칙 위에 서 있다. 노동법이 전국 어디서나, 어떤 업종에서나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하는 이유는 우리 사회가 반드시 지켜야 할 가장 기본적인 최소한의 노동권이기 때문이다. 예외를 만드는 순간 차별이 시작된다. 기준선에 작은 틈이라도 생기면 그 구멍은 금세 넓어지고, 결국 전체 기준이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이 지역에만 적용한 예외를 다른 곳에는 적용하지 않겠다"는 논리는 설득력을 잃게 되고, 결국 전국적으로 노동 조건이 하향 평준화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한 지역에서 예외를 허용하면, 다른 지역과 산업에서도 똑같이 특례를 요구하게 된다. 결국 '메가특구'는 단순한 실험 구역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노동 조건을 퇴보시키는 출발점이 되는 것이다.

실제로 국민의힘은 지난 2일 "특정 지역과 산업에 그치지 말고 전 산업으로 예외를 확대하라"고 요구했고, 보수 언론 역시 이에 맞추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노동 기준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릴 것이 너무나 명확하게 보인다.

 

여성노동자에게 이중의 차별이 집중된다

 

메가특구의 노동규제 완화는 성별에 따라 중립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오히려 기존의 성별 격차를 특구라는 제도를 통해 고착시킬 위험이 크다. 기간제·파견 확대의 최전선에는 여성노동자가 있다. 비정규직·파견직 비중은 이미 여성이 남성보다 구조적으로 높으며, 기간제 사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어나면 기업은 정규직 채용 책임을 지지 않은 채 여성노동자를 한층 용이하게 쓰고 버리는 구조를 완성하게 된다. 이는 성별 임금격차를 더욱 넓히고 여성노동자를 끊임없는 고용 불안정 속으로 내모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장시간 노동은 돌봄 책임을 불균형하게 떠안고 있는 여성노동자를 노동시장에서 밀어내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초과근로시간의 상한이 사라지거나 초과근로수당 지급 의무가 면제되면, 육아·돌봄과 병행해야 하는 노동자는 장시간 근로 문화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승진과 핵심 업무에서 배제되기 쉽고, 이는 곧 경력단절로 이어진다. 반면 남성은 돌봄의 책임을 분담할 수 없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성별역할분리는 강화될 수밖에 없고 이는 성차별로 수렴된다. 당연하게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노동자의 건강 악화와 삶의 파탄은 기본 전제가 된다. 국가의 미래 경쟁력은 노동자의 삶을 쥐어짜고 차별을 양산하는 방식으로는 결코 달성될 수 없다. 노동권의 후퇴와 성차별적 고용 구조를 고착화하는 개발 정책은 첨단 발전이 아니라 시대역행일 뿐이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우리는 요구한다

하나, 정부와 국회는 메가특구특별법에서 파견 확대,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 주52시간 예외 등 모든 노동규제 완화 조항을 전면 삭제하라.

하나, 메가특구특별법 추진 전 과정에서 성별영향평가를 실시하고, 여성노동자의 고용안정성과 임금에 미치는 영향을 공개하라.

 

산업 경쟁력과 지역균형발전은 노동자의 권리를 유예하는 방식이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정당한 보상, 그리고 돌봄과 노동이 양립 가능한 노동조건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국가는 어떤 명분으로도 특정 구역·산업·기업 규모·성별을 이유로 근로기준의 예외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 예외는 예외로 끝나지 않는다. 마산과 이리(익산)의 여성 노동자들이 겪었던 착취의 역사를 반도체 클러스터라는 이름으로 반복시킬 수 없다. 우리는 메가특구특별법의 노동규제 완화 조항 전면 철회를 요구하며, 이를 관철할 때까지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

 

2026년 8월 3일

 

한국여성노동자회, 경주여성노동자회, 광주여성노동자회, 대구여성노동자회, 마산창원여성노동자회, 부산여성회, 부천여성노동자회, 서울여성노동자회, 수원여성노동자회, 안산여성노동자회, 인천여성노동자회, 전북여성노동자회 

전국여성노동조합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