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의 책임있는 역할이 필요하다.
성평등가족부의 안정적 운영과 여성·성평등 과제를 속도감있게 추진해야 한다
-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 사퇴에 부쳐 -
오늘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사퇴했다. 후보자 사퇴 이후 청와대는 “후보자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국정과 민생에 미칠 부담을 줄이고자 후보자가 스스로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본다.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는 인사를 위해 검증과 인선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설명했다. 책임 없는 말이다. 용혜인 의원이 후보자로 지명되고 약 2주간 성평등가족부 장관으로서의 자질과 능력은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을 만든 것은 대통령과 청와대의 책임이 크다. 대통령과 청와대는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을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결정할 때 위성정당 문제, 비례대표 겸직 문제가 거론될 것을 예상하지 못했을리 없다. 그러나 이에 대한 해법은 갖고 있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2주간 청와대의 입장은 후보자에게 청문회 기회를 줘야 한다는 발표 뿐이었다. 청와대는 인사의 배경, 검증 과정, 최종 임명까지 어떤 역할과 책임을 수행해야 하는지 점검해야 한다.
또한 이번 과정에서 국민의힘은 용혜인 의원에 대해 ‘위성정당 출신의 의원’이라며 강도 높은 비판을 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위성정당 운운하며 비판할 자격이 없다.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득표율에 따른 의석의 비례성 강화를 위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자 제도를 악용하여 ‘비례위성정당’을 만들어 제도의 취지를 앞장서서 훼손시킨 주역이 바로 국민의힘(당시 미래통합당)이기 때문이다. 내로남불, 적반하장 국민의힘은 급기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폐지하고 표의 등가성이 전혀 보장되지 않는 병립형으로 다시 돌아가자는 어처구니 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선거 제도 개혁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길 바란다. 유권자의 표가 사표가 되지 않고 정당 득표율과 실제 의석수 간의 불일치를 줄여 선거의 비례성을 높이는 제도를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또한 국회의원의 국무위원 겸직이 지역구 의원은 되지만 비례대표 의원은 관행상 안된다는 이유는 논리적이지도 합당하지도 않다. 관행과 관례라는 말 대신 겸직 허용 여부에 대한 명확한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언론 또한 용혜인 의원의 정책 역량이나 자격 검증과 관련이 없는 신상 공격성 보도를 이어나가며 본질을 흐렸다. 수많은 언론들이 용혜인 의원과 기본소득당에 대한 충분한 사실과 검증 없이 자극적이고 왜곡된 보도를 쏟아냈다. 배우자이자 당직자가 받은 연간 보수액을 마치 월급처럼 오인하게 기사 제목으로 뽑는다든지, 부동산 매매에 대해 매수자의 국적을 일부러 명기하며 부동산 이슈에 반중 정서를 얹어 논점을 흐렸고, 용혜인 의원이 이전에도 여러차례 해명한 흰머리에 대해서도 ‘염색이냐 새치냐’를 보도하면서 여성 정치인에게만 적용되는 불필요한 외모 검증이 반복되었다.
언론의 이름으로 쏟아낸 무책임한 보도가 한 사람과 정당에 대한 부당한 낙인과 여론 왜곡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언론은 무겁게 돌아봐야 한다. 언론은 권력을 감시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여 공론장을 만들고 사회적 의제를 설정하는 역할을 해야한다. 언론은 지난 2주 동안의 보도 행태를 성찰하고 언론으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성찰해야 한다.
여성들은 오늘도 폭력에 노출되어 있다. 여성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여성 살해, 성폭력, 스토킹 등 여성에 대한 폭력 사건에 대한 뉴스를 접하고 있다. AI 전환시대에 여성노동자는 더 불안정하고 저평가되는 일자리로 밀려날 수 있는 상황에 처해있다. 대통령과 청와대는 정치공학적 인사보다는 여성의 삶을 개선할 정책과 제도를 고민해야 한다. 여성에 대한 폭력을 실질적으로 줄이고 피해자의 권리를 증진시키는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AI가 국가 경쟁력이고 미래 변혁이 핵심 동력이 되려면 AI 전환으로 발생되는 여성노동자의 노동권과 일자리 문제, AI가 생산하는 차별과 혐오의 문제를 함께 해결해야 한다.
성평등가족부는 2025년 10월 1일에 출범하여 아직 1년도 채 되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윤석열의 여성가족부 폐지 시도로 무너진 국가 여성·성평등 추진체계를 다시 구축하고 여성·성평등 정책과 제도를 빠르게 복원·강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 11개월은 다시 체계를 만들고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준비의 단계였다면 이제는 여성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과 제도를 마련해야 하는 시기이다. 고용평등 임금공시제 도입,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 확대, 임신중지약물 도입 등 성과 재생산건강권 확보 등 국정과제에 담겨 있는 계획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책임있는 역할이 필요하다. 대통령의 임기는 3년 9개월이나 남아있다. 성평등 실현을 위해 국정방향이 명확히 제시되어야 한다. 대통령이 앞장서야 한다.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인 목표와 방향이 필요하다. 더불어 성평등가족부가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책임있는 인사를 해야 하며, 추진력을 확보 할 수 있도록 조직과 예산 확대 등 적극적인 지원과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2026년 9월 13일
한국여성단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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