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피해자 두 번 울린 가해자의 반격,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평등의 전화에 접수된 상담 사례를 통해 본 여성 노동자의 현실1]
직장 내 성희롱 상담을 하다 보면 많은 내담자가 하는 질문이 있다. 첫째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데 문제제기가 가능할까이고, 두번째는 가해자가 무고죄 등 역고소를 하면 어떻게 해야할까이다. 최근 들어 가해자들이 사내신고나 수사기관의 조사 단계에서 피해자를 압박하기 위해 법률전문가를 선임하여 맞신고나 역고소를 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불편한 관계 만들고 싶지 않아 받아주니 점점 심해진 직장 내 성희롱
내담자는 8년째 A사 부설 센터에서 매니저(무기계약)로 일하고 있다. 센터에 신입 사원(정규직)이 들어와 A사의 전반적인 행정과 센터 업무를 설명하고 인수인계하느라 옆에서 하나하나 설명해야 했다. 센터장은 교육과 출장 등으로 사무실에서 두 명만 근무하는 날이 많았다. 둘 다 기혼이라 결혼생활에 대해서 대화하는 일도 있었는데 행위자가 부부 관계에 대해 물어보는 등 성희롱에 해당하는 발언을 자주 했다. 불편했지만 계속 가까이서 일해야 하는 동료라 대충 응대하며 지나갔다. 그런데 "우리는 **** 부부다. 캠퍼스에서 옛 애인과 **했다" 등 성희롱의 발언이 과해져 행위자에게 거리를 둘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행위자는 중요한 업무를 공유하지 않고 비이성적으로 대하는 일이 잦았다. 무기계약직에 대한 은근한 차별이라는 생각이 들어 스트레스가 심했지만 내담자도 정규직에 응시할 생각이 있어 회사에 신고하며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사내 신고하자 행위자가 허위 맞신고까지 해
그러다 회식 중 행위자가 내담자를 무시하며 소리치고 정규직 입사 동기들에게 내담자를 험담하기까지 하면서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센터장에게 보고하고 A사 인권위원회에 신고하게 되었다. 사건이 접수되고 행위자와 분리되어 다른 곳에서 업무를 하면서 조금 안심할 수 있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인권위원회로부터 행위자가 언어적 성희롱과 개인정보 침해 등으로 내담자를 신고했다는 통지를 받았다. 너무나 어처구니가 없었다. 미안하다고 사과해도 모자랄 일인데 가해자가 피해자를 유사한 내용으로 신고한 것이다. 내담자는 피신고인이 되어 행위자와 돌아가면서 사무실 근무를 하게 되는 처지가 되었다. 내담자는 극도의 스트레스로 불안, 불면증이 생기면서 결국 임신 초기에 유산의 아픔을 겪게 되었다.
초기상담 통해 사내조사 준비
내담자는 병가 중 서울여성노동자회 평등의전화(이하 본회)와 상담을 하였다. 상담 첫날, 내담자는 행위자의 성희롱과 괴롭힘 피해보다 행위자가 본인을 맞신고한 사실에 더 분노하고 있었다. 신고 내용이 '다수의 언어적 성희롱 등'으로만 기재되어 있어 어떤 내용으로 피신고 되었는지도 분명하지 않았다. 불안해하는 내담자에게 직장 내 성희롱 처리 절차에 대해 설명하고 무료 법률상담을 제안하였다. A사 인권센터에 제출한 신고서를 검토하고 집중해야 할 부분과 대응 방안에 대해서 논의하고 참고인 진술서를 준비하기로 하였다.
상담 활동가 조사 동행으로 불안한 피해자 밀착 지원
본회 자문 변호사의 무료 법률상담을 통해 사내 조사 시 주의사항, 민·형사적 절차와 대응 방안에 대해 상담하였다. 대응 방향이 정해지자 내담자는 점차 안정되어 사건 조사에 대응할 수 있었다. 내담자의 요청으로 조사심의위원회 신고인 대면 조사에 본회 상담 활동가가 신뢰 관계인으로 참여하였다. 수습기간 중 불법 행위를 한 행위자를 징계하고 계약 해지를 요구했지만 사측이 행위자에 대한 본 계약을 체결하자 본회는 사측에 행위자에 대한 중징계와 재발방지 대책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전달하며 내담자를 지원하였다.
포기하지 않고 적극적인 준비와 대응으로 사건 해결
내담자는 8년간 일하면서 여러 차례 정규직 공모에 응시하였으나 번번이 탈락하였다. 소신과 애정을 가지고 일하지만 정규직 자리를 차지하는 건 남성들이었다. 평소에 잘 지내던 동료들이 이 사건 이후 같은 남성인 가해자 편을 들어 더 큰 상처를 받았다. 첫 아이를 유산하는 아픔을 겪었지만 내담자는 사직하지 않고 끝까지 싸웠다. 취업규칙과 관련 판례도 꼼꼼히 찾아보며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한 번의 상담으로 그치지 않고 본회 활동가의 조사 동행을 요청하고 법률자문해 준 전문가에게도 지속적으로 문의하고 자문을 받았다. (중략)
💜 기사전문 : https://omn.kr/2de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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