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2024 여성노동전문상담실 평등의전화 상담활동가 사례워크숍
[후기] 2024 여성노동전문상담실 평등의전화 상담활동가 사례워크숍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 어마한 일이다.
- 봄 (대구여노 평등의전화 상담실장)
평등의전화를 찾는 여성노동자들에게 노동청, 노무사와 우리는 어떤 점이 달라야 할까? 스스로에게 질문할 때 나는 정현종의 시인의 ‘방문객’의 첫 구절이 떠올랐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 어마한 일이다.”
가해자 처벌, 노동법 절차를 안내하는 것에 앞서 불안, 두려움, 상처로 휩싸인 사람들을 먼저 보고, 그들의 이야기를 온전히 듣고, 내담자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 곁을 지키며 방법을 함께 찾는 곳이 바로 ‘평등의전화’ 상담실이 존재하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상담활동가의 삶은 쉽지 않다.
몇 년을 상담을 해도 비슷하지만 같은 상담이 없고, 상담활동가의 조언이 내담자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있기에 “나는 사건 이면의 사람을 먼저 보고 있는가, 그 마음으로 그들을 만나고 있는가?” 자문하며 고민할 때가 많다.
지난 4월 30일 전국 평전 상담활동가들이 모여서 어려웠던, 힘들었던 상담사례를 나누고 해결의 지점을 모색해보는 ‘상담사례 워크숍’이 있었다. 11개 지역의 평등의전화에서 2개씩의 사례를 제출하고, 하나의 사례를 1시간이 넘도록 분석하였다. 사례에 대한 논의의 중심은 어떻게 하면 피해자들의 일상 회복을 더 잘 지원하며 이를 위해 우리 상담실은 무엇을 해야하고, 강화해 나가야 하는지였다. 때로 그 속에서 힘겨웠던 서로를 위로하면서..
25년 동안 평등의전화 상담활동을 한 선배 활동가의 경험을 들으며 ‘내가 가진 그릇과 넓이만큼 상담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닿았다. 노동법 형사법 등 법적 지식, 정책의 내용은 기본으로 꾸준히 공부해야 한다. 그리고 상담활동을 하는 나를 돌보는 것에도 꾸준해야 한다. 내담자의 목소리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나의 몸 상태. 그리고 마음의 여유 공간이 꼭 만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다음은 워크숍에 참석한 활동가들의 소감 중 일부이다.
“상담활동가는 내담자의 문제 해결을 위해 종합적으로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내담자의 심리상태, 내담자가 다니고 있는 직장의 환경과 문화, 시스템, 적용이 가능할 법적인 내용, 법으로 해결이 되지 않을 때 가용할 수 있는 자원 등을 두루 살필 수 있어야 한다.”
“내담자의 힘을 믿고 같이가야 한다.”
“우리 안에 이미 많은 경험, 노하우가 있어서 이야기 들으며 상담에 구체적으로 많은 도움이 되었다.”
“성희롱 피해 상황에서 내담자가 어떤 말, 행동으로 자신을 방어 할지 구체적인 말을 적어보고 말하고 연습을 같이 해서, 대처할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 방안에 대한 상담활동가들의 고민이 깊어야 한다.”
“사례 워크숍 자주하면 좋겠다. 이렇게 상담활동가들이 연결되니 너무 힘이 된다.”
“고민되는 상담이 있으면 30분 번개 나눔을 해서 피드백을 나누고 싶다. ”
여성노동자 스스로 힘을 가지고, 회복되는 과정으로 가는 그 곁에 내가, 우리가, 여성노동자회 평등의전화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세상은 후퇴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다정하게 평등의전화 상담실을 지키며 연결하고 공부하고 고민을 나누며 여성노동자들이 모두가 안전하고 평등한 일터, 일상을 꿈꾼다.
선배 활동가분들의 열정이 나에게도 힘이되었던 시간.
- 연선 (안산여성노동자회)
활동가가 되고서 처음 가는 사례 워크숍! 그날은 비가 왔다. 날이 우중층 하고 습한 기운이 엄습했다. 상담실장인 라라 와 같이 기차를 타고 가는 길은 즐거웠다. 마치 소풍을 가는 기분이랄까 설레었다. 한 시간 정도 일찍 와서 대전의 명물인 성심당에 들려 빵을 샀다. 처음으로 뵙는 자리기도 하고 전국에서 오시느라 출출할 것 같아 선생님들 드실 빵도 같이 샀다. 워크숍 시간이 가까워지고 세미나실에 선생님들이 오기 시작했다. 두근거리고 긴장되는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다들 밝게 웃으며 인사해주신 덕분에 긴장이 조금 풀어졌다.
이번 워크숍에는 지역별로 사례를 모아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다섯 개의 사례를 바탕으로 토론을 나누었는데 대부분 직장 내 괴롭힘, 성차별에 관한 내용이었다. 초보 활동가라 모르는 부분도 많고 부족한 부분도 많아서 질문도 많았는데, 선배 활동가분들께서 설명도 잘해주시고 그에 대한 예시나 상담 팁 등에 대해서 많이 알려주셨다.
나는 상담경험이 별로 없어 개인적인 경험에 대해서 털어놓았는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나의 경험이 직장 내 괴롭힘, 성희롱에 속해 있었고, 말을 하다 보니 화가 나기도 하고 내가 그때 ‘여성노동자회’를 알았더라면 좀 더 유연하게 대처하고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많은 여성 노동자들이 나처럼 몰라서 당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기관이 있다는 것과 그 사실이 피해자에게 얼마나 소중하고 안심이 되는지 모른다. 정부는 이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고용평등상담실 예산을 전액 삭감한 걸까?
한편, 내담자와 상담 할 때 일지의 중요성과 진술확보가 무엇보다 주요하고 노동조합, 노사협의회 등의 단체의 필요성을 알게 되었다. 노동관계법 적용이 어려운 프리랜서, 특수고용 노동자가 상담해 올 경우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는 활동가들의 고민도 체감할 수 있었다.
특히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의 경우 사건과 함께 사람을 봐야 한다는 것이 제일 기억에 남았다. 내가 앞으로 어떤 상담자가 되어야 할지 생각해 봤는데, 나의 경험들을 체화시켜 상담자의 위치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되 도움을 줄 수 있는 상담자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비록 밖의 날씨는 흐렸지만 워크숍을 하고 있는 장소 만큼은 밝고 에너지 넘치고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주어진 시간이 부족할 만큼 열띤 토론이었고 그 자리에 모인 선배 활동가분들의 열정들이 나에게 너무나 힘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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