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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노동상담실<평등의전화>상담사례로 살펴본 여성노동자의 현실 [7화] 가부장제가 만든 '노동의 불평등'...부정 당하는 여성노동

by 깡선 2025. 5. 28.

 

당에서 1년 3개월 동안 일했는데 한번도 온전한 월급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A씨, 건설현장에서 1년 6개월 동안 일하고도 못받은 임금이 있어 받아야 한다는 B씨의 요구는 단순했다. 일했으니 임금을 달라는 것, 그것이 원하는 전부였다.

A씨는 한부모여성이자 생계부양자이다. 취업기관을 통해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로 시작해 얼마 후 정식으로 일하게 되었다. A씨는 근로계약서도 쓰고 4대보험도 가입했다. 사업주가 시키는대로 장을 보고 재료를 다듬고 서빙을 하고 청소도 하고 동료들의 끼니까지 챙기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A씨에게 식당은 생계를 유지하고,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 됐다.

몇 개월 후 A씨와 사업주는 교제하는 사이가 됐다. 그러자 사업주는 차츰 태도를 달리했다. 매번 월급날이 오면 "다른 직원들 월급을 먼저 챙겨주니 돈이 없다, 장사가 되지 않는다, 며칠 후에 주겠다"는 핑계를 대면서 월급의 일부를 몇 번 입금한 것이 다였다. 그뿐만 아니라 사업주는 폭언과 폭행도 서슴지 않았고 A씨는 여러 번 신고도 했다. A씨는 생활고와 사업주의 통제, 협박, 폭력이 무서워 일을 그만 뒀다. 남은 것은 받지 못한 임금과 상처뿐이었다.

 

B씨는 동거하는 남성과 같이 일을 다녔는데, 남성은 공사현장 하청팀의 팀장이었다. B씨는 공사 원청사와 근로계약서를 쓰고 4대보험도 가입했다. 그러나 실제 직접 일을 시키고 임금을 주는 사람은 하청팀장이었다. 같은 팀에 3명이 있는데 일급은 다 달랐다. 1명은 15~16만 원, 1명은 13~14만 원, B씨는 9만 원으로 책정됐고 B씨는 항상 매월 150만 원만 받았다. 150만 원이 넘는 경우에는 차액을 다시 입금할 것을 강요하여 돌려주기도 했다.

B씨가 온전한 임금을 요구하면, 생활비를 주지 않았냐며 더 주지 않았다. 생활비로 따로 받은 금액은 월 2~3만 원 수준이었다. B씨 역시 동거하는 남성으로부터 폭행 피해를 입어 신고하였고 강제 분리조치되었다. 그동안 열심히 일했지만 생계는 더욱 막막해졌다.

A씨는 못받은 임금은 언젠가는 받을 수 있으리라 믿으며, B씨도 온전한 임금을 받을 수 있는 날이 올 거라 믿으며, 1년 넘게 일했지만 기대는 현실이 되지 못했다. 그래서 기대가 아닌 '법'을 찾아 마산창원여성노동자회 평등의전화 상담소의 문을 두드렸다. 이제는 밀린 임금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도 임금을 받지 못했다.

노동자가 아니라는데...

근로기준법 제2조(정의)에는 근로자, 사용자, 근로, 근로계약, 임금, 평균임금, 1주, 소정근로시간, 단시간근로자에 대해서 규정하고 있다. 이 정의에 의하면 임금을 못받을 이유는 없다.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했고, 경영을 하는 '사업주'가 명백하게 존재하고, (지시대로) '정신노동과 육체노동' 모두를 수행했고, 임금을 약속한 '근로계약서'도 작성했다. 법은 사업주가 지키지 못한 약속을 지켜주리라 믿었다

A씨는 고용노동부에 임금체불로 진정했다. 함께 일했던 동료 2명은 A씨가 '사업주의 지시대로 출퇴근 시간, 업무 장소 및 내용을 따라 일했다'는 진술서를 제출했다. 마상찬원여성노동자회 평등의전화는 사업주의 지휘에 따라 일했다는 것과 교제관계로 인한 월권이나 경제적 이익 등이 없음을 강조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진술서를 써준 동료들의 근속기간이 짧다며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했고, 고용관계의 노동자라는 증거자료가 부족하다며 계속 추가자료 제출을 요구하였다. 고용노동부는 '피진정인과 임금을 목적으로 사용·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요소가 부족한 것으로 판단되므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B씨 경우 근로계약서와 4대보험의 사업주는 공사원청사로 되어 있어, 팀을 운영하던 동거남성과의 고용 관계를 법적으로 인정받기는 힘들었다. B씨는 이후로 마산창원여성노동자회 평등의전화에 동거남과의 금전관계, 외도 등에 대한 어려움과 대응방법에 대한 도움을 구했다. 동거남에게 자신의 이름으로 받은 대출금을 겨우 받기는 했지만 동거남의 외도로 인해 발생한 사건의 법적 공방들로 인해 제대로 일을 다니지도 못했다. 물론 건강도 계속 나빠졌다.

고용노동부는 A씨의 경우, 고용관계보다는 개인관계로 인해 자발적으로 일을 한 것일 뿐 임금을 목적으로 일한 노동자가 아니라고 한다. 어떤 다른 경제적 이득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사업주에게 편승하여 공동의 이익 일부를 편취한 것처럼 간주된 것이다.

B씨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동거하는 남성의 지시에 따라 노동을 수행하고 임금의 일부마저 강제로 반환해야 했지만, 법적 판단은 '경제공동체'라는 사적 관계에만 집중되었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법적 가족관계가 아니었고, 상호 존중이나 공정한 이익 배분도 없었다. 이들은 실질적으로는 노동자로서 일했지만, 사적 관계라는 법의 판단하에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채 오히려 노동의 대가를 착취당했을 뿐이다.

경제적 약자를 공격하는 노동시장의 '가부장제'

 

대부분의 사람은 노동해서 임금을 받고, 그것으로 생계를 유지한다. 여성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여성노동의 경우 주변노동으로 취급되어 보조적인 역할에 치우치거나 저임금, 고용불안 환경에 처하는 경우가 많다. 성역할 고정관념으로 인해 감정노동을 포함한 돌봄 역할을 요구받거나 그 역할은 여성이면 당연 하는 것이고, 무급으로 얼마든지 추가할 수 있는 노동으로 취급받고 있다.

특히, 여성노동자가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 있는 경우라면 '순종적인 관계와 노동'을 요구하고 이용한다. 그 불평등은 '가부장제'라는 뿌리를 가지고 있다. '가부장제'는 여성노동자가 독립적인 인간으로 경제적 지위를 가지는 것을 가로막고, 공식적인 문제를 사적인 문제로 둔갑시킨다.

삶을 건실하게 지탱해 줄 인적, 물적 자원이 빈약한 여성노동자들은 생계를 위해 가리지 않고 일을 찾고, 열심히 일하고, 좋은 사람일 거라 믿으며 관계를 맺기도 한다. 노동시장에서 사업주들은 가부장성에 기반한 '가족관계'(비공식적인 경우가 많음)를 빙자하여 무급 또는 터무니 없는 조건으로 노동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A씨는 친밀한 관계에서 폭언, 폭력, 통제, 협박을 받았고, B씨 역시 남성으로부터 폭행 피해를 입었고 이들 모두 열심히 일했으나 가족관계, 사귀는 사이라는 이유로 임금을 받지 못했다. 전형적인 젠더폭력이 발생하고 가족관계가 아니였지만, 가족이라는 이름을 붙여 법에서는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았다.

임금체불, 성희롱, 괴롭힘을 비롯한 여러 문제로 인해 여성노동자가 신고하면 이 사회는 그 피해사실을 완벽하게 입증할 증거자료를 내놓으라고 끊임없이 재촉한다. 문제제기를 하고 증거 준비를 위해 열심히 사람을 만나고 자료를 정리할 수 있는 여성노동자보다 그렇게 할 수 없는 여성노동자가 더 많다. 가부장제 아래 여성노동자들에 대한 불평등은 악순환 되고 있다.

 

💜기사전문보기 : https://omn.kr/2dtd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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