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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문] 이재명 정부가 반드시 책임져야 할 성평등 입법 과제 실현으로 성평등 민주주의로 나아가자!

by 깡선 2025. 11. 27.


[기자회견문] 이재명 정부가 반드시 책임져야 할 성평등 입법 과제 실현으로 성평등 민주주의로 나아가자!

11월 25일부터 12월 10일까지는 유엔이 정한 세계 여성폭력 추방주간이다. 한국 정부는 2020년부터 여성폭력 추방주간을 지정하여 여성폭력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정부의 의지를 천명하고 있다. 또한 이 주간은 우리 사회가 여성과 소수자에 대한 폭력과 차별을 근절하기 위해 국가가 어떤 책무를 이행해야 하는지 점검하는 중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이재명 정부’는 빛의 광장에서 터져 나온 민주시민의 염원을 안고 출범했으며, 이에 따라 수많은 개혁 과제가 제기되었다. 지난 약 6개월 동안 정부는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며 더 나은 사회를 향해 노력해왔다. 분명한 것은 민주시민들이 제기한 과제의 핵심에 혐오와 차별 없는 사회, 즉 성평등을 향한 염원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지금의 정부에서 ‘성평등’은 여전히 ‘나중에’로 미뤄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성평등이 국정운영의 핵심 가치로 자리하고 있는지 걱정스럽다.

지금 대한민국에는 여러 중대한 어려움이 드리워져 있다. 저출생과 지역소멸, 젊은 극우의 출현과 이른바 ‘젠더 갈등’, 여성·소수자를 향한 혐오와 폭력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문제들은 더 이상 회피할 수 없는 수준으로 심화되었음에도, 그동안 정부들은 문제의 근본 원인을 제대로 짚지 못하거나 외면한 채, 일부 현상에 대한 임시방편식 처방만 반복해 왔다. 그 결과 문제는 해결되기는커녕 악화되고 확대되었다.

이재명 정부 역시 이러한 낡은 접근을 답습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남성이 받는 차별”, “역차별”이라는 정책 방향은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문제를 구조적 성차별 때문이 아니라 이분법적으로 대립하는 성별 간 문제로 왜곡, 축소한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다.

지금까지의 방식으로는 더 이상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총체적인 구조적 성차별 해소를 통한 민주주의의 회복이다. 이를 위해 시민사회가 오랜 시간 요구해온 성평등 입법 과제를 정부에 다시 제안하고자 한다.

오늘 제안하는 성평등 입법 과제는 ‘우선순위’의 문제가 아니다. 성평등을 향한 사회적 과제는 오늘 제안하는 입법 과제에 국한되지 않을만큼 산적해있다. 그럼에도 오늘 우리는 성평등 입법 과제를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우리 사회의 구조적 성차별을 바로잡기 위해 하루라도 빨리 이뤄져야 할 긴급한 과제다.



1. 차별과 혐오 없는 세상, 차별금지법 제정

차별과 혐오는 지금 한국 사회를 나타내는 키워드다. 국회와 정부에서 혐오 대응과 근절을 위해 다양한 입법들이 논의되고 있지만 여전히 차별금지법 입법은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차별을 조장·강화하는 혐오를 명확히 규정하고 이에 정확히 대응하기 위해서는 차별이 무엇인지 규정하는 기본법인 차별금지법 제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미 늦어도 너무 늦었다. 2006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제정 권고 이후 19년의 시간이 흘렀다. 유엔여성차별철폐위원회를 비롯한 유엔 조약기구로부터 제정도 14차례나 받았다. 광장의 시민들이 염원했던 차별과 혐오 없는 세상을 위해 차별금지법 지금 당장 제정하라.



2. 형법상 강간죄, ‘동의여부’로 개정

1953년 제정된 형법 297조 강간죄는 ‘폭행 또는 협박’을 요건으로 한다. 그 중에서도 이를 가장 좁게 해석하는 ‘최협의설’을 채택하고 있다. ‘현저히 저항이 곤란할 정도’에 이르러야 비로소 강간이 인정된다. 그러나 실제 강간 피해 상담의 70%는 명시적 폭행 또는 협박 없이 발생한다. 청소년, 장애인, 이주여성, 직장 내, 친밀한 관계 내, 그루밍에 의한, 술과 약물에 의한 성폭력은 차별적 상황에도 불구하고 현행 강간죄 기준 때문에 성폭력으로 인정되기 어렵다. 성적자기결정권이 보호법익임에도 현행 강간죄 때문에 강간죄 수사와 재판은 피해자의 행실을 따지는 2차 피해가 된지 70년이 넘는다. 세계적인 변화, 유엔 고문방지위원회,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의 오랜 권고에 따라 형법상 강간죄는 자유롭고 자발적인 동의의 부재로 바뀌어야 한다. 형법상 강간죄, ‘동의여부’로 지금 당장 개정하라.



3. 성매매처벌법 전면 개정으로 성매매여성 불처벌

성매매는 경제적 불평등과 젠더 불평등한 권력관계로 인해 발생하며 가부장 국가와 남성연대를 통해 유지, 번성한다. 성매매는 취약한 사람, 특히 여성에 대한 성적, 경제적 착취이자 폭력이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한국사회는 착취와 폭력의 피해자인 성매매여성까지 처벌하며 성매매 산업 번성에 공모해왔다. 성매매여성 처벌로는 더욱 교묘해지고 거대해지는 성매매 산업을 타격하지 못한다. 오히려 성매매의 진실을 왜곡시켜 성매매 산업과 성매매 알선자, 성구매자들에게 면죄부만 줄 뿐이다. 성매매 여성을 처벌하지 않는 것은 성매매 여성의 인권 보호를 위해, 그들이 성매매하지 않고도 살아갈 삶을 보장하기 위해, 그리고 성매매가 성별 권력 관계에 기반해 발생하는 젠더폭력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는 점에서 반드시 실현되어야 한다. 성매매 여성도 인간답게 살고 싶다. 성매매처벌법 전면 개정하여 성매매여성 불처벌 실현하라.



4. 친밀한 관계가 가장 안전하도록, 친밀한 관계 폭력 처벌법 제정

가정폭력과 ‘교제’ 폭력은 모두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며, 폭력이 지속·반복·심화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러한 특수성을 고려한 ‘친밀한 관계 내 폭력’에 대한 포괄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현재 논의는 ‘교제’ 폭력에 대한 입법 공백의 해결에만 머무르고 있다. ‘교제’ 폭력에 대한 별도 입법만으로는 다양해지는 친밀한 관계를 포괄할 수 없으며, 근본적 해결도 불가능하다. 지금까지 친밀한 관계 내 폭력은 ‘가정폭력’으로 한정되어 사법적 개입 또한 ‘가정 유지’라는 목적 아래 보호처분 중심으로 운영되었고 가해자에 대한 실질적인 처벌과 교정에 실패했다. 이런 한계가 근 30년간 누적되었다. ‘교제’ 폭력과 가정폭력 모두 ‘친밀성’이라는 관계의 특성에서 기인하는 만큼, 이를 포괄하는 ‘친밀한 관계 내 폭력 처벌법’ 제정이 필요하다.



5. 모두에게 평등한 가족구성권 보장

한국 사회의 가족제도는 이성애 결혼·혈연 중심의 단일한 가족만을 전제로 복지, 주거, 체류, 애도의 권리를 보장했다. 이는 탈가정 청소년, 장애인, 이주민, 퀴어, 1인 가구, 생활공동체 등 다수 시민을 ‘관계 맺을 권리’ 밖으로 배제하며 그로 인한 불평등을 강화한다. 국회와 정부는 동성결혼과 생활동반자 법을 넘어, 개인이 스스로 지정한 동반자·연대인·돌봄·애도 관계를 인정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이러한 ‘상호의존’을 존중하는 돌봄, 주거, 복지, 상속, 장례 제도를 전면 개편하여 모두에게 동등하고 평등한 가족을 구성할 권리를 보장하여야 한다.



6. 안전한 임신중단과 성과 재생산 권리 보장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 불합치 결정과 비범죄화 이후에도 정부는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권리 보장 체계를 전혀 마련하고 있지 않다. ‘낙태죄’의 역사로 인해 오랫동안 비공식·불법의 영역으로 방치되어 있던 한국의 임신중지 관련 보건의료 체계와 성·재생산 건강 및 권리 보장체계는 국제적 인권 기준과 의료 가이드에서 모두 크게 뒤쳐져 있다. 이재명 정부는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유산유도제 도입, 국민건강보험 적용,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보건의료체계 구축, 세계보건기구의 최신 권고 기준에 따른 임상 가이드와 상담 가이드 마련, 편견 없고 최신의 의학적 근거에 기반한 상담과 정보 제공, 당사자의 상황에 따른 연계 지원 체계 구축 등 비범죄화 상황에 맞는 체계를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 또한 국회는 과거 형법 ‘낙태죄’ 조항과 연계된 14조의 삭제를 포함하여, 임신중지 및 성·재생산 건강과 권리 보장 체계를 반영하고 그에 따른 정부·지자체의 책임과 역할을 명시하는 내용으로 모자보건법 전부 개정을 추진, 의결해야 한다.


7. 성차별 없는 평등한 노동권 보장

한국의 노동시장은 여전히 성별로 매우 불균형하다. 한국이 1996년 OECD에 가입한 후 성별임금격차 1위라는 오명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유리천장, 경력단절, 저임금/비정규 노동에 치중된 여성 일자리 등 노동시장 내 성차별을 개선하기 위해 할 일은 무수히 많다. 대표적으로 법인의 대표는 개인사업주와 같은 인사권자로 회사에서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현행 남녀고용평등법은 수규자를 ‘사업주’로만 규정하고 있어 법인대표가 성희롱을 하더라도 사업주가 아닌 ‘상급자로 해석’되어 셀프징계로 처벌을 피해간다. ‘사람이 아닌 법인격이 법인대표를 징계’하도록 한 현행법은 비현실적이며, 피해 노동자의 안전을 방치하는 규정이다.

또한 여성노동자에게만 강요되는 수발노동, 꾸밈노동, 외모품평, 페미니즘 사상검증 등 성차별적 괴롭힘은 ‘성적 함의 포함 여부’를 따지는 직장내 성희롱에도 포섭되지 못하고 있어 구제받을 길이 없다. 이로 인해 고통받는 여성노동자들을 구제할 수 있는 입법이 필요하다.

이재명 정부는 성평등 입법 과제에 대한 응답으로 성차별과 불평등 해소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 이를 시작으로 성평등 민주주의를 향해 나가가길 바란다. 성평등 민주주의 ‘사회적 합의’라는 이름의 다수의 폭력에 굴복하는 민주주의가 아니라, 가장 소외되고 가장 멀리 있는 사람들의 인권을 가장 먼저 고려하는 민주주의다. 우리는 ‘구조적 성차별’이 해소되는 성평등 민주주의를 위해 멈추지 않을 것이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

이재명 정부는 지금 당장 성평등 과제 실현하고 차별과 불평등을 외면하지 말라.



2025년 11월 27일

세계여성폭력추방주간 공동 기자회견 참여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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